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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기

민정기는 땅과 지역의 유래를 들여다보면서 풍경을 그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작업실이 있는 양평 부근의 곡달산, 화야산, 통방산의 산세가 대규모 개발로 인해 변모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1990년대 그가 직접 산에 오르며 그렸던 <통방산> 풍경에서부터, 대규모 골프장 건설로 깎여나간 산자락을 마주하며 담아낸 최근의 연작에 이르기까지, 이번 전시는 삼십 년 이상 그곳을 탐색하고 관찰해 온 그의 비평적 시선의 궤적을 담고 있다. 작가는 골프장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정규 18홀 골프장인 군자리 골프장의 역사와 마주한다. 과거 순종의 첫 번째 비 순명효황후가 묻혔던 유강원 자리에 일제강점기 골프장이 조성된 것을 시작으로, 전쟁 중 비행장으로 쓰이다가 광복 이후 미군을 위한 골프장으로 재조성되고, 1973년 서울어린이대공원으로 전환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피면서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담아낸다. 나아가 작가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을 방문하여 그곳에서 마주한 코끼리의 피부 주름이, 훼손된 대지의 단면과 시각적으로 교차하는 지점에 주목한다. 훼손된 지형과 동물의 형상을 병치하는 이 화면은,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지워진 역사와 그 자리에 남겨진 생태적 흔적을 동시에 보여준다.